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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태백산 눈축제, 눈 없는 해에는 어떻게 할까?
    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2025. 11. 13. 20:18

    🏔️ 1. ‘태백산 눈축제’가 생겨난 이유

    강원도 태백시는 해발 고도가 높은 지형 덕분에 겨울철이면 하얀 눈으로 덮인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을 바탕으로 태백시는 1994년부터 ‘태백산 눈축제’라는 이름으로 겨울철 관광객 유치를 시작했다. 기온이 낮고 눈이 자주 오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대형 눈 조각 전시, 눈썰매장, 겨울 체험마을 등을 만들면서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성장했다. 특히 태백산은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눈이 녹지 않고 오래 유지된다. 이 덕분에 커다란 눈 조각상이 다채롭게 전시되고, 야경까지 어우러져 로맨틱한 겨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하나의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바로 ‘눈이 충분히 와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일상화된 최근 몇 년, 태백도 더 이상 안정적인 ‘눈 축제 도시’라고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눈이 오지 않는 해, 태백은 어떻게 축제를 이어갔을까?

     

    태백산 눈축제, 눈 없는 해에는 어떻게 할까?

    🛠️ 2. 눈이 없으면? ‘만든다’는 선택

    기온이 오르고 자연 눈이 부족한 해가 늘자, 태백시는 단순히 축제를 취소하지 않았다. 대신 ‘인공눈 제작’이라는 고비용의 대안을 선택했다. 산악 지역에 적합한 고성능 눈 생성기를 동원해 기온이 낮은 새벽 시간대를 활용해 인공눈을 만들고 축제장 곳곳에 뿌려서 분위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눈을 쌓기 위한 밤샘 작업, 쌓은 눈이 녹지 않도록 덮개로 덮는 작업, 눈 조각 조형물을 제작하기 위한 얼음 혼합 기술 등 눈이 없어도 축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선 기계와 사람의 협업이 필수다. 실제로 2019년과 2023년, 강설량이 급감했던 해에는 전체 눈의 70% 이상을 인공으로 채워야 했다. 이는 예산 문제로도 직결된다.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운영비가 투입되지만, 태백시는 축제를 ‘지역경제를 살리는 엔진’으로 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 3. 눈이 없을 때 오히려 더 빛나는 콘텐츠들

    태백산 눈축제는 ‘눈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이들은 눈 외에도 지역 고유의 매력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석탄박물관 체험, 탄광 투어, 태백의 별 관측 체험, 지역 농특산물 장터 등 ‘겨울’이라는 틀 안에서 확장 가능한 체험들을 강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눈 없는 겨울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눈을 기다리는 마음”, “기후 위기와 겨울의 변화” 등을 주제로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규모 토크콘서트나 어린이 환경 교육관, 지역 예술인의 사진전이
    단순한 ‘눈 놀이터’가 아닌, 생각을 남기는 겨울 축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관광객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 눈이 없어 아쉽긴 해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와 메시지가 있기에 일회성 소비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겨울 관광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4. 진짜 겨울 축제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들’

    눈이 있든 없든, 태백산 눈축제의 본질은 사람들이다. 밤새 인공눈을 뿌리는 직원들, 눈 조각을 다듬는 지역 예술가,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청년 상인들까지 모두가 이 축제를 단지 관람 행사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자부심으로 만든다. 눈이 적게 오는 해일수록
    지역 주민들은 더 많이 참여하고, ‘우리 마을을 지키자’는 연대감도 더 강해진다.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눈썰매를 타고, 함께 사진을 찍고, 지역 농산물로 따뜻한 국밥을 나눠 먹는 순간들이 눈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축제를 지탱하는 것은 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눈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태백산 눈축제는 매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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