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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화성문화제, 역사 재현의 리허설 풍경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2025. 11. 16. 04:11
🎬 1. 진짜처럼 보여야 진짜다 – 리허설의 의미
수원 화성문화제는 매년 수원시에서 개최되는 대표적인 역사축제 중 하나로, 그 중심에는 조선 정조대왕의 수원 화성 행차를 재현한 대규모 퍼레이드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축제 당일 보는 완벽한 행차의 모습은 사실 수많은 사람들의 사전 준비와 리허설 속에서 완성된 결과물이다. 이 리허설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라, 수백 년 전의 조선 사회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한 역사 고증의 현장이다.
의상, 동선, 말(馬) 운행, 음악 연주, 무예 시범 등 모든 요소가 사전에 수차례 체크되고 반복되어야 비로소 당일날 관객 앞에서 ‘진짜처럼’ 보일 수 있다. 특히 정조대왕의 행차는 1,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원되는 대규모 이벤트이기 때문에, 전체 리허설은 퍼레이드 이틀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혼란, 웃음, 긴장감, 애정이야말로 ‘축제의 또 다른 무대’라고 할 수 있다.
🧵 2. 옷부터 소품까지, 역사 안무의 리허설
화성문화제 리허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참여자들의 의상과 장신구 점검이다. 이 축제는 정조 시대를 무대로 하는 만큼, 의상 하나하나가 실제 시대에 맞게 고증된 디자인이어야 한다. 왕의 곤룡포, 무관의 갑옷, 궁녀의 당의와 노리개, 백성의 삼베옷까지 모든 복장은 시대별 자료를 참고해 제작되며, 리허설 당일에는 옷의 길이, 장식, 신발 상태까지 꼼꼼히 체크된다.
소품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조가 사용한 가마, 호위 무사들이 쓰는 무기, 깃발, 악기 등 모든 물품은 리허설에서 실제 사용되는 동선을 따라 점검된다. 깃발이 바람에 어떻게 휘날리는지, 가마가 제대로 들리는지, 말 위에서 깃발이 떨어지지 않는지까지 모든 움직임은 미세한 반복으로 조정된다. 리허설에서는 때때로 탈의실이 임시 천막으로 세워지며, 참가자들은 그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서로의 복장을 정리해주는 등 서로의 역할과 의상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연결시키는 작업을 반복한다.
🐎 3. 정조대왕의 말발굽 소리, 무대 뒤 훈련의 현장
정조 행차의 핵심은 정조대왕 역을 맡은 인물과 그의 말(馬)이다. 리허설 중 말은 축제 장소를 돌며 행차 동선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받는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기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환경에서는 쉽게 놀라거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축제 이전부터 말을 다루는 마장(馬匠)들과 기수들은 수원 화성 성곽과 행차길을 수차례 오가며 동물의 감각을 안정시키는 훈련을 반복한다.
뿐만 아니라 무예 시범단의 리허설도 숨막힐 정도로 진지하다. 조선 무사의 활쏘기, 검무, 창술 등의 시범은 리허설에서 실전처럼 반복된다. 가끔은 칼이 부딪치고,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소매가 찢어진 채 웃으며 다시 동작을 반복한다.
이들의 리허설은 단순한 동작 숙련이 아니라 ‘역사 퍼포먼스’의 정교한 합을 위한 훈련이다. 마지막엔 항상 박수가 터진다.
“정조대왕 나가신다!”라는 구령과 함께 말이 달리고, 무사가 호위하며, 백성들이 행진을 맞이하는 순간. 그 모든 흐름이 하나로 맞물릴 때, 축제의 본질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4. 관객 없는 무대, 리허설은 또 다른 감동이다
리허설은 ‘비공식 공연’이지만, 오히려 가장 진심이 담긴 무대가 되곤 한다. 관객이 없기에 더 긴장하고, 실수해도 괜찮기에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리허설 현장은 참여자들의 열정과 진심이 오롯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수원시민 중 일부는 매년 이 리허설을 보기 위해 몰래 자리를 잡는다. 관객 없는 무대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달리는 모습, 쓰러진 기사를 부축하며 웃는 동료, 불협화음을 고치기 위해 다시 나팔을 부는 악사들. 이 모든 장면은 축제의 본질이 단지 화려한 무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병사 복장을 입고 “임금님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나, 할머니 참가자가 정조대왕에게 절을 올리는 순간 등은 시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찰나로 기록된다.
리허설은 단지 준비 단계가 아니라, 현대의 우리가 역사와 교감하는 하나의 예행 연습이다.'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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