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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국제연극제, 골목 무대 뒤 배우들의 숨은 하루”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2025. 11. 16. 15:13
🎬 1. 무대는 골목이다, 일상이 연극이 되는 순간
해마다 5월이 되면 부산의 해운대 해변과 골목골목이 즉석 무대로 탈바꿈한다. 부산국제연극제는 화려한 대극장뿐만 아니라, 작은 공터, 버스킹 구역, 심지어 커피숍 한켠까지도 연극의 무대로 만든다. 거리 공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관객은 배우와 같은 눈높이에서 호흡한다. 이런 무대는 정해진 조명도, 마이크도 없지만, 오히려 그 자유로움 속에서 배우는 ‘진짜 감정’을 꺼내야 한다. 그날의 햇빛, 지나가는 아이의 눈길, 바람의 방향까지도 연기의 일부가 된다. 이곳에서 연극은 더 이상 관람이 아니라 참여와 공감의 예술이 된다.
🎭 2. 배우들의 하루, 리허설도 관객 앞에서
거리 연극을 하는 배우들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공식 공연이 오후에 있더라도, 골목 골목 리허설은 오전부터 펼쳐진다. 어떤 배우들은 미리 무대를 둘러보며 동선을 점검하고, 장비 없이도 목소리가 울리는 벽을 찾는다. 심지어 연습 도중 시민이 말을 걸기도 하고, 아이가 소품을 만지며 끼어드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그런 변수가 곧 연극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한 배우는 “도중에 떠든 아이가 갑자기 극에 참여해버렸는데, 즉석으로 대사를 바꿔 상황을 이어갔다”며 웃는다. 거리극은 즉흥성과 순발력,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과의 유연한 호흡이 중요한 예술이다.

🎒 3. 짐도, 분장도 직접… 배우는 ‘예술 노동자’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대부분의 거리 연극 팀은 소규모 독립 극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배우들은 배우이자 스태프다. 무대를 설치하고, 음향 장비를 옮기고, 분장을 하고 소품까지 챙기는 모든 과정이 자력으로 이뤄진다. 어떤 팀은 텐트 하나에 짐을 풀고, 야외 화장실에서 분장을 마무리한다. 비가 오는 날엔 공연을 취소하거나, 비 맞으며 연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그런 고생까지 하면서 왜 하냐”는 질문에 한 연극인은 말했다. “어디에도 없는 관객의 눈빛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 눈빛 하나가, 수천만 원짜리 조명보다 배우에겐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 4. 대본은 없지만 감정은 있다, 무대 위의 진짜
이 축제의 진짜 매력은 대사보다 감정이 먼저인 연극들이다. 대형 연극처럼 스토리가 치밀하지 않더라도, 거리에서 벌어지는 연극은 관객과의 감정 연결을 최우선으로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손짓과 눈빛으로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극도 있다. 실제로 해외 극단의 무대에는 대사가 거의 없고, 마임이나 몸짓 연극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그런 무대에서 오히려 관객은 깊은 몰입을 경험한다. 아이는 배우를 따라 웃고, 어른은 짧은 대사에 울컥한다. 관객과 거리, 즉 심리적 거리가 좁아질수록 연극은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그것이 부산 국제연극제가 특별한 이유다.
🌍 5. 예술과 일상 사이, 연극은 계속된다
부산 국제연극제가 끝나면, 배우들은 다시 고향 극단으로 돌아간다. 어떤 이는 다시 낮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엔 연습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말한다. “거리 연극은 우리가 예술가라는 걸 다시 깨닫게 해준다”고. 축제를 통해 얻는 건 단지 명예나 기회가 아니다. 관객의 숨소리와 눈빛, 그리고 자신의 연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들이다. 부산의 거리에서 만들어진 감정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배우와 관객의 마음에 남는다.
그렇게 연극은 계속된다. 대사 없이도, 무대 없이도,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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