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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 아리랑제, 무대 밖에선 누가 아리랑을 부를까?”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2025. 11. 16. 17:14
🎼 1. 정선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의 진짜 의미
정선 아리랑제는 강원도 정선군에서 매년 가을에 열리는 대표적인 전통 문화축제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 중 하나로, 정선 아리랑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래되고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축제 기간 동안 정선읍 일대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공연자들이 등장해 길놀이, 아리랑 경연, 거리 공연 등을 펼치며 아리랑의 다양한 변주를 선보인다. 하지만 정선 아리랑제의 진정한 가치는 무대 위가 아닌 무대 밖, 소박한 마을과 일상 속에서 드러난다. 진짜 ‘아리랑’은 공연장이 아니라 마을 밭두렁, 골목길, 장터에서 조용히 울려 퍼진다. 이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무대 위 가수보다도, 어릴 적부터 아리랑을 부르며 살아온 지역 어르신들일지도 모른다.
🎤 2. 무대 밖의 전승자들, 아리랑을 삶으로 부른다
정선 지역 어르신들 대부분은 아리랑을 특별한 노래가 아닌, 삶의 일부로 기억한다. 어릴 적 논밭에서 일을 하다가도, 장터에 물건을 팔러 가는 길에도 아리랑을 흥얼거렸다. 이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정확한 박자나 음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감정과 살아온 이야기가 핵심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전통 공연보다도, 마을 어귀나 노인정에서 들려오는 아리랑이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울린다. 어떤 이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너무 반듯해, 우리 땐 그냥 감정대로 불렀지”라고 말한다. 축제 관계자들도 최근에는 이런 무대 밖 전승자들의 소리를 기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아리랑의 원형을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
📚 3. 학교에서, 집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전수
정선 아리랑제가 단순한 전통 축제를 넘어서려면, 다음 세대를 위한 전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선군은 지역 초·중학교에서 ‘아리랑 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 일부로 포함시키고 있으며, 전수학교도 운영 중이다. 학교마다 아리랑반이 존재하고, 지역 예술인 또는 장인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노래를 가르치고, 배경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매주 아침 조회 시간에 학생들이 함께 아리랑을 부르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리랑 교사로 활동 중인 젊은 전수자들도 늘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에 디지털을 접목해 유튜브, SNS를 통해 ‘젊은 감성의 아리랑’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 중학생은 “처음엔 지루했는데, 지금은 아리랑이 나만의 힙합 같아요”라며 아리랑을 리믹스한 랩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 4. 축제를 엮는 손들: 의상, 무대, 마을의 기술자들
아리랑제가 화려하게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무대 밖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축제의 숨은 손’들 덕분이다. 탈춤의 탈 장인처럼, 정선 아리랑제에는 전통 의상을 직접 짓는 바느질 장인, 무대를 꾸미는 목공 기술자, 음향을 세팅하는 젊은 청년, 심지어는 마을 이장님까지 각자의 역할이 있다. 정선의 한 70대 할머니는 “내가 만든 저고리를 입고 아리랑 부르는 걸 보면 손이 떨려”라고 말하며 30년 넘게 축제 의상을 만들어왔다. 이처럼 지역의 기술과 정성이 한데 모여야 아리랑제가 ‘살아있는 문화축제’가 된다. 관람객들은 보통 무대만 보고 떠나지만, 그 뒤에서 며칠 밤낮을 세운 이들의 손길이야말로 진짜 아리랑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 5. 세계 속의 아리랑, 그리고 정선이 지켜야 할 것
2012년,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후 정선 아리랑제는 점점 더 많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이토록 슬프고도 따뜻한 노래는 처음이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그러나 ‘관광 상품’으로만 포장된 아리랑은 본래의 민속성과 정서를 잃기 쉽다. 그래서 정선 아리랑제는 꾸준히 무대 밖 이야기, 일상의 아리랑을 함께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정선군은 아리랑 전승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지역 기록 보존을 위한 아카이브를 구축 중이다. 마을 사람들의 음성, 이야기, 일기 속의 아리랑이 한데 모인 이 자료들은 후세대에게 ‘아리랑의 진짜 얼굴’을 보여줄 중요한 자산이 된다. 축제는 결국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계속 노래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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