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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 한산대첩축제, 수군 복장의 속사정”지역축제 비하인드 스토리 2025. 4. 22. 00:15
⚓ 1. 한산대첩을 재현하다, 통영 바다가 들썩이는 날
경상남도 통영에서 매년 여름 펼쳐지는 한산대첩축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한산도 해전을 기리는 역사 축제다. 전국에서 모인 관람객들은 바다 위를 수놓는 화려한 수군 퍼레이드와, 재현 전투, 거북선 탑승 체험 등을 즐기며 시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이 모든 공연의 시작점은 단연, ‘복장’이다. 거북선을 타고 깃발을 든 수군, 붉은 갑옷의 장수, 깃털 모자를 쓴 포졸까지—그들은 마치 조선시대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생생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그 화려한 외양 뒤에는, 땀과 손바느질, 그리고 역사에 대한 애정이 담긴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

🧵 2. 수군복 한 벌, 어떻게 만들어질까?
축제에 사용되는 수군 복장은 단순한 코스튬이 아니다. 역사 고증을 기반으로 제작된 전통 복식 재현물로, 제작에는 평균 1~2주의 시간이 걸린다. 소재는 전통 한복에 쓰이는 면과 마, 때론 방수 기능을 위해 현대 재료를 섞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실제 수군이 입었을 법한 무게감과 기능성’을 재현하는 것. 통영시와 지역 문화재단은 역사학자, 의상 디자이너, 장인들과 협력해 실록 속 묘사와 유물 사진을 바탕으로 복장을 설계한다. 조선 수군복은 계급에 따라 색, 문양, 소매 길이가 모두 다르고, 이를 구분 없이 제작하면 오히려 왜곡이 되기 때문에 세밀한 구분과 디테일 재현이 필수다. 수공예 장인은 한복 제작 전통을 이어온 통영 지역의 어르신들이 맡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은 마치 문화재를 복원하는 작업처럼 정밀하게 이뤄진다.
🔥 3. 덥고 무겁다, 하지만 벗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정성 가득한 복장’을 실제 입고 활동해야 하는 축제 참가자들이다. 한여름의 통영은 평균 기온 30도를 넘나들고, 수군 복장은 두껍고 길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속옷까지 땀에 젖었지만, 벗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게 역사였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특히 중갑을 입는 지휘관 역할자들은 무게가 10kg에 달하는 금속 장식 갑옷을 착용한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못 하는 이유는 단순한 ‘역할 수행’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이순신 장군의 유산을, 조선 수군의 정신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몇은 자비를 들여 수군 복장을 직접 맞추기도 하고, 발에 물집이 생겨도 축제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한산대첩을 기리는 그 마음이, 땀을 먹은 복장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 4. 역사와 축제 사이, 고증이냐 흥행이냐
한산대첩축제는 규모가 크다 보니 매번 고증과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이 따른다. 때론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 수군복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이 쓰이기도 하고, TV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연출도 동원된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을 낳기도 한다. 이에 대응해 통영시는 최근 축제 프로그램 중 ‘수군복 해설 프로그램’을 도입해, 관람객들이 어떤 복장이 어떤 계급이고, 어떤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수군 복식을 재현하는 공방을 소개하거나, 체험형 워크숍을 운영해 단순한 보기에서 직접 체험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역사는 박제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고, 손에 만지고, 입어볼 수 있을 때 진짜 살아나는 법이니까.
🧭 5. 복장을 입는 것은, 조선을 다시 걷는 일
통영 한산대첩축제의 수군 복장은 단순히 눈요기 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 고리이고, 그 옷을 입는다는 것은 곧 조선을 다시 걷는 일이다. 복장을 입은 참가자들은 축제장에서 역사 속 인물이 되어 살아 숨 쉰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람객은 역사를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공감하고 체험’하게 된다. 진짜 역사는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는 옷감 속에도 깃들 수 있다는 것을 이 축제는 보여준다. 누군가는 복장을 만드는 장인의 손에서, 누군가는 복장을 입고 달리는 청년의 발걸음에서, 또 누군가는 복장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서 ‘이순신의 정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축제는 해마다 더 깊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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